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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BIN CREW ✈️

승무원 그만둔 이야기

안녕하세요 포포입니다.

오늘은 제가 왜 그렇게 들어가고 싶어하던 항공사를 그만 두었는지에 대한 얘기를 하려해요. 전 카타르항공사에서 1년 좀 넘게 일을 했었구요 현재는 캐나다에서 주부로 지내고 있습니다. 그럼 시작할게요.

 


번아웃

직장인분들이라면 회사생활하시면서 많이 겪으실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초반에 일을 시작했을 때에는 내가 원하는 일을 한다는 생각에 즐겁게 일을 하다가 점점 일을 가는게 즐거워 지지 않았어요. 다른 동기들과 다르게 스케쥴이 많이 빡센 편이였어서 번아웃이 빨리 온거 같기도 해요. 악명높은 미국비행을 첫 솔로비행으로 마치고 첫달에만 미국과 캐나다를 4번 갔으니 지칠만도 했죠. 제 스케쥴을 본 선배님들께선 항상 스케쥴이 저런 식이 아니니 회사를 그만두지말고 계속 다니라 했을땐 무슨 말인지 몰랐지만 미국을 다녀오곤 왜 그런 말씀들을 하셨는지 이해가 되더라구요. 많이 일할 땐 한달에 140시간 이상 비행을 하고 정신없이 일을 하다 보니 비행하는 기계가 된 기분이였어요. 140시간이라 하면 어느정도인지 모를 분들을 위해 설명드리자면 캐나다 항공사 기준 75시간이 평균이고 100시간 이상은 못하는걸로 알고있어요. 카타르 항공사 기준으로 제 동기들은 100시간 아래로 일을 했으니 제가 많이 일한 편이였구요. 이렇다보니 몸이 빨리 지쳤어요. 제가 원하는 비행도 잘 안나오고 회사에선 절 미국에 최소 한달에 3번씩 보내고 돈은 벌지만 너무 힘이 들더라구요. 입사전 불면증이 심하던 전 집에 오거나 호텔에 도착하면 쓰러져 잠들기 바빴어요. 레이오버에서 나가서 노는 다른 크류들과 다르게 전 호텔방에 쓰러져 자고 준비하고 다시 비행을 가곤 했죠. 며칠되지않는 휴일은 카타르에서 밀린 집안일을 하고 잠을 보충하기 바빴어요. 그러던 중 하루는 회사가는 길에 사고가 났으면 하더라구요. 차라리 사고가 나서 들어눕고 싶다. 다신 일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들이 들었어요. 이렇게 하지않으면 회사에서 절 내버려두지 않을거 같단 생각이 들자 퇴사를 생각했어요.

 

 

 

외로움

제 본가가 캐나다에 있다보니 가족들을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어요. 친구들도 일하는 동안엔 한번 볼 정도로 캐나다에 자주 들어오질 못했죠. 거리가 멀다보니 쉬는 날을 4일만 받아도 가족들을 보러가는 제 동기들과 다르게 전 카타르에서 시간을 보내거나 한번 여행가곤 했어요. 가장 힘들었을 땐 아파서 휴가를 한달가량 받았는데 캐나다에도 못가고 카타르에 머물렀을 때였어요. 회사의 대단한 의료보험이 캐나다랑 미국만 커버가 되지 않았기때문에 카타르에서 치료를 진행했어요. 아파서 비행도 못가고 집에도 못가고 매일 치료만 받으며 생활하다보니 왜 이곳에 머무르는지 이해가 안들더라구요. 그래서 이제 그만둘 시기가 온거 같다는 생각에 퇴사를 마음 먹었어요.

 

 

 

체력적 한계

자주 아프고, 다른 크류들처럼 레이오버를 즐기지 못하게 되자 이 일의 장점이 대체 무엇인가 생각했어요. 전에 말씀드린거처럼 제 비행스케쥴이 살인적이였어요. 미국을 매달 3번씩 간다는게 크류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쉽진 않거든요. 미국 비행은 울트라 롱홀 비행이고 승객프로파일이 힘든 편이였어요. 특히 워싱턴을 자주 갔는데 그당시 제 별명이 USA QUEEN, Washington Crew였어요. 얼마나 워싱턴을 자주 갔는지 3개월에 한번 랜덤으로 어세스먼트를 하는데 카타르 생활중 전 모든 어세스먼트를 워싱턴 비행에서 했으니 말 다했죠. 워낙 자주 같은 비행을 하다보니 크류들이 묵는 호텔 직원이 제 이름도 기억을 해주더라구요. 체력적으로 못버티니 제가 사는 물건들은 영양제, 보약등 몸을 위한 투자를 시작했어요. 몸에 좋다는 건 다 먹고 사보고 했지만 오래 버티진 못하더라구요. 미국비행을 가면 파스로 온몸을 도배하고 넘쳐나는 제 약박스를 보고 제 약사친구가 너무 많이 먹는다고 걱정을 하더라구요. 전 몸이 아파서 먹는것 뿐인데 그당시엔 제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상상이 잘 안가요. 불면증이 심했던 전 언제 불면증에 시달렸는지 모를 정도로 침대에 누으면 잠들었고 숙소로 돌아오는 버스안에서 기절해서 잠들었어요. 일 하다가 원래도 안좋았던 목디스크가 재발되었고 상태가 심해졌을 땐 혼자 물병도 못딸정도로 저림증상과 통증이 생겼어요. 밤 비행만 가는 바람에  낮에 외출을 하지 못하자 비타민 디 결핍도 심해져서 뼈와 근육통이 심해졌고 몸에 스트레스가 극심했을 땐 걸어지지가 않아 휠체어 생활도 잠시 했었어요. 이렇게까지 몸이 아프면서 할 일인가 싶었을 땐 사직서를 찾아보고 있었어요.

 

 

 

새로운 도전

일을 하면서 늘 걱정이 들었던 점은 계속 이 일을 할 수 있을까였던거 같아요. 길게 일하기에는 제 체력이 많이 걱정이 되었거든요. 제 첫 비행을 갔을 때 기내에 자리가 부족해서 칵핏에서 이착륙을 했었는데 그때 아!이거다 라는 생각을 했어요. 비행기를 타는걸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던 전 조종사에 대한 관심이 생겼어요. 그 후로 승무원 생활을 몇년간 해서 돈을 모아 기장이 되기위한 트레이닝을 받을 꿈을 꾸었죠. 물론 이 꿈은 제가 몸이 아프면서 승무원 생활을 생각보다 빠르게 접는 바람에 못이루게 되었습니다. 그 후론 다음 직업을 무얼 할까 매번 고민했어요. 주변 사람들과 얘기하고 조언도 듣고 하면서 다시 캐나다로 돌아올 생각을 했어요. 당시 간호대에 재학중이던 저희 언니의 얘기를 듣고 공부를 하자는 생각을 했고 간호사가 되기 위해 학교를 다니다 현재는 몸 건강이 안좋아져 주부로 생활 중입니다. 

 


승무원이란 직업을 생각할 때 여행도 많이 다니고 돈도 잘벌고 화려한 삶을 산다고 생각하시는 분들 있으실거라 생각도 들어요. 물론 저도 이 직업을 통해 얻은것도 배운 점도 많았어요. 모든 일에는 장단점들이 있겠지만 저에겐 단점이 크게 다가온 직업이라 빠른 퇴사를 마음먹었지만 누군가에겐 너무나도 잘 맞을 직업일 거라 생각도 합니다. 다른 포스트에서 승무원 생활 중 제가 배운 점들에 대해 얘기해볼게요. 제가 더 만들었으면 하는 ㅅ들 있으시다면 댓글로 알려주시고 좋아요와 구독도 부탁드려요. 그럼 다음 영상에서 만나요. 안녕!